2007. 6. 19. 12:58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 뿌리를 점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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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나는 교수님들이 왜 학생들에게 '넌 이런 걸 해보면 잘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시지 않는지가 불만이었습니다. 목자 없는 양떼처럼, 미디어가 뱉어내는 직업군에 눈과 귀를 빼앗기며 웅성거리고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던 시절이었죠.

'그분들 눈에는 명확히 보일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말해 주지 않음이 야속했습니다. 책임지기 싫어서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전 제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가까운 친구와의 통화하던 중에 깨달음이 찾아왔거든요.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을 가진 친구. 요 몇 달 고민 속에 벗어나고 있지를 못했어요. 누가 봐도 명확히 잘 할거라 생각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왜 고민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됐어요. 학창 시절에는 제가 그리도 듣고 싶어하던 교수님의 인정도 있었거든요. '넌 xx하면 잘 하겠다'라는 도장까지 받은 녀석이 도대체 뭐가 고민일까 생각하면서 저는 배부른 고민일거라 지레짐작했습니다.

한참의 통화를 하면서 제가 알게 된건 그 친구에게 뿌리가 없다는 거였어요.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조금은 다른 직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xx가 어울린다고 하자 xx로 직업을 정해버린 거였습니다. 그러니 369 증후군이 찾아올 때마다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선거 같은 느낌이 들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던 거죠.

목적의식, 소명, 비전은 누가 쥐어줄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배우거나 암기한다고 되어지는 것도 아니죠. 오래 전 왜 교수님이 '넌 이게 딱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는지 알 것 같았어요. 때로는 얘기하고 싶은 때에라도 그 사람 속에 그 직업을 향한 명확한 그림이 없으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만약 누군가 확인해주지 않거나 낙인을 찍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오랜 방황 끝에 자신의 잠재력, 목적성, 비전을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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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안정을 원하고 어떤 이는 너무 안정적이어서 싫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변화를 갈망하고, 어떤 이는 일관성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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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물이 반쯤 있을 때, 누군가는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얘기하고, 누군가는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의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한 직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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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read-lead.com/blog BlogIcon Read & Lead 2007.06.21 23:09 address edit & del reply

    로버트 그린의 블로그에 Machiavelli for Our Times이란 포스팅이 있는데 거기 'Return to the origins'이란 말이 나옵니다. 제니님 포스팅의 '뿌리'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나의 뿌리를 잘 인식하고 그것에 기반한 사고,행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www.powerseductionandwar.com/archives/machiavelli_for.phtml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6.22 17:50 address edit & del

      buckshot님, 좋은 자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blog도 알게 되었네요.

  2. Favicon of http://www.hohkim.com BlogIcon 김호 2007.08.31 19:51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동감이 갑니다. mission을 뿌리로 설명한 것 특히 더 말이죠.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9.01 13:50 신고 address edit & del

      동감이라는 한 마디가 더 없이 좋은 격려가 되었어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

2007. 5. 10. 23:14

369증후군, 대나무의 성장을 기대하세요

직장생활 하다보면 369증후군이라는게 있다고 해요. 입사 후 3개월, 6개월, 9개월, 3년, 6년, 시간에 이르면 지치고 뭔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증상이래요. 오늘 여기저기 많은 미디어에서 소개했더라구요.

직장생활 쪼~끔 해본 저도 많이 느꼈었죠. 지치고, 스트레스 받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남의 떡이 커 보이도, 때로 내 길이 아닌 것 같고, 능력이 모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러다 보면 무기력해지고 신경질도 좀 나는 것 같구, 우울하다는 말을 달고 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올해를 맞으면서부터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2001년도 12월부터 정식 직장생활이 시작했으니 만 5년을 지나 6년차를 맞는 시점쯤 되네요. 작년에도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올해는 제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환경도 일도 익숙할 만큼 익숙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산을 하나 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을 넘었다고 새로운 산이 나타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힘들게 산을 넘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여유와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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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을 동료랑 나누다가 문득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이 대나무의 성장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는 대나무마디 같아서 정체되는 것 같고 힘들고 아프지만, 그 시기를 잘 다독여 견뎌내고 나면 한 마디쯤 부쩍 성장하게 되잖아요.

다음 번 마디가 올 때까지. 마디는 다시 오지 않는 게 아니라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돌아오죠. 매번 같은 강도나 똑같은 문제로 오지는 않지만, 한 번의 마디를 만들고 성장하는 것이 힘들 뿐 잘 겪어내고 성장한 후에는 다음 마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너끈히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꼭 챙겨야 할 것 하나.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단단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기반이 없는 키 큰 대나무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죠. 바람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바람을 타고 넘실대려면 그만큼 튼튼한 기반인 뿌리가 있어야 해요.

혹시 지금 369증후군에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나요? 먼저 뿌리를 점검하시고, 마디를 만들고 난 후에 쑤욱 성장하게 될 한 뼘을 기대하세요. :)

참고기사; 직장인 73%, “3.6.9 증후군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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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iself.com BlogIcon Ji@self 2007.05.11 07:48 address edit & del reply

    직장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369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답니다.

    최근 자양분을 먹을수 있는 뿌리가 토양에 내려가기도 전에 꽃을 피우라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발생하며, 힘들어지고 있네요.

    뿌리뿌리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5.11 08:58 address edit & del

      369는 30년이 되도 올 것만 같아요. ㅎㅎ
      뿌리가 토양에 내려가기도 전에 꽃을 피우라는 말이 가슴 아프네요. 든든한 뿌리를 꼭 확보하셔서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마세요.

  2. Favicon of http://www.careerblog.co.kr BlogIcon 커리어블로그 2007.05.11 10:30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복병이죠? 요샌 개월수도 모자라 시간 단위로 오는거 같아 두렵습니다. ㅋㅋ 커리어블로그가 추천포스트로 담아갑니다. ^^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5.11 19:00 address edit & del

      시간 단위로 온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앞의 동료도.. ㅋㅋ 소개 감사합니다. :)

  3. Favicon of http://ddmode.tistory.com BlogIcon dreamermaria 2007.05.11 10:5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최근에 설교를 들었던 '고난 뒤의 영광, 고난은 또 다른 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많은 인생의 선배들은 그 마디를 잘 넘기고 뿌리를 깊이 내려, 그 마디의 순간에 봉착한 후배들에게 자신의 뼛속 깊은 깨달음을 나눠주시곤 하죠. 그런 선배님들을 뵐 때 마다 그 깊이를 느끼곤합니다. 요즘 올려주시는 글들이 너무 좋습니다 >_<*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5.11 19:01 address edit & del

      dreamermaria님,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데.. 뼛속 깊은 깨달음이라는 말에는 근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글이 좋다니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