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11. 22:41

[Book Review] 청소부 밥

지난 토요일에 아는 분으로부터 선물받고 어제저녁에 잠깐, 그리고 오늘 그렇게 후딱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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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밥! 이름조차 푸근한 밥 아저씨.

사실 이건 개인적인 거지만, 울 회사 사장이었던 밥 피커드 사장님을 생각하면 밥이라는 이름은 그다지 푸근하게 느껴지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분 원래 full name이 로버트니까... 그래서 그런거라 위안해본다. ㅎㅎ

밥 아저씨 이야기는 마치 꽤 오래 전에 여기에 첫 북 리뷰를 남겼던 <에너지 버스>조이와 닮아있다. 요즘 이런 얘기가 붐인가 봅니다. 무슨 원칙들을 맨날 1주에 한 가지씩 배워가서 삶에 적용해보고 다들 궤도를 찾고, 다시 행복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는 약간 진부한 형식이다.

밥이라는 사람이 실존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지구상 어딘가에 살았을 법한 사람이다. 이 책은 밥 아저씨가 본인이 청소를 맡고 있는 회사의 젊은 CEO 로저 킴브로우를 만나 자신이 아내 엘리스로부터 받은 여섯 가지 지혜를 나누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로저는 이 여섯가지 지침을 실천하면서 삶을 긍정적인 궤도 위에 올려놓게 된다.

그 여섯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지침: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밥의 아내인 엘리스는 현명한 여자였음에 틀림이 없다. 지쳐가는 남편에게 새장을 만들 것을 부탁한 엘리스는 그 안에서 그의 남편인 밥이 회사의 복잡한 일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몇 년전 나에게 새장은 요리였다. 뜻밖의 기회에 엄마가 아는 분으로부터 요리를 배우게 되었었는데, 그룹으로 그 댁에 가서 배우는 형식으로 2주에 한 번 가게 되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저 맛있는거 먹으러 간다 샘치고 한 번씩 다녀오자 싶어서 가게 된 자리였는데, 그 자리가 나를 재충전하는 소중한 주춧돌이 되었다. 직장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나혼자인 그 모임에 가면 나는 회사일을 거의 잊어버리고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게다 2주의 한번이라는 주기가 그당시 나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아서 다녀오고 나면 그 모임이 그리워지곤했다.

한 일년 전부터 그 모임에 정원수가 모자라면서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대신 나는 새로운 재충전 놀이감을 찾았다. 바로 천연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놀이다. 요리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했듯이, 이번 놀이는 피부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도록 도와주고 있어 나는 이 재충전 놀이를 흠뻑 즐기고 있는 참이다.

두 번째 지침: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일의 목적을 깨닫지 못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일하는 기계나 돈버는 기계로 전락하기 쉽다. 물론의 일의 목적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마음 속 깊이 불쌍하게 생각할 참이다.

일의 목적, 삶의 목적.. 어떤 일을 하고, 보고서나 제안서를 쓸 때면 가장 먼저 생각해 보는게 목적이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바른 궤도 위에 올라간 삶이다. 그러나 목적을 잘못 알고 있거나 목적이 없는 삶은 어떤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위험천만한 인생이 펼쳐져있을 뿐이다. 내가 일하는 목적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도,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도 아니다. 대학시절 어느 어른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공부해서 남 주기 위해서'이다. 내가 힘들여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값없이 주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것을 '영향력'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기를 희망한다. 아직도 혈기 왕성해서 내 안의 내가 펄떡거려 부족하기 이를데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는 조금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영향력을 끼치기를 기대한다.

세 번째 지침: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사실 내가 제일 잘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투덜대지 않는 것이다. 나의 MBTI의 J 성향이 쉬지도 않고 더 바른 것은 무엇이고 덜 바른 것이 무엇인지 자동적으로 내게 알려주곤 해서 나는 시시때때로 잘못된 일을 보아넘기기 보다는 짚고 넘어가는데에 익숙해져 있다. 이 세 번째 지침을 들었을 때, 사실 가장 먼저 뜨끔했고, 가장 많이 반성했다. 투덜댄 많은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앞으로 오는 순간들에는 투덜댐의 횟수를 줄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면서 지혜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네 번째 지침: 배운 것을 전달하라
어렸을 때 내 꿈 중에 하나는 교사였다.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때 나는 내 안에 배운 지식들이 보다 선명하게 내게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럴 때마다 우쭐한 마음이 들곤했다. 지금이야 너무나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서 우쭐한 마음이 들 새가 없지만 말이다.

배운 것을 전달하려면, 먼저 그 배운 것을 내 방식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내것이 되고, 겉도는 지식이 아니라 속이 알알이 박힌 알찬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있다. 내게 좋은 스승이 많은 덕분에 나는 전달할 배울 것이 조금 더 있는 것 같아 신이 난다.

다섯 번째 지침: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목적에 비추어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나는 간혹 주변 사람들의 잣대에 내 일의 평가를 맡겨둔 채, 그 판단을 따라 내 삶을 옮기다가 정신이 드는 때가 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의 방향키를 타인에게 넘겼을 때, 그 결과는 분명하다. 내 삶의 목적을 모르는 사람들은 소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내 삶의 목적은 아는 나에게는 의미있는 일이고 투자이다. 비록 타인의 눈에는 낭비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여섯 번째 지침: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이 지침은 네 번째 지침과 많이 맞닿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내 안에 더 많은 것들이 쌓이면 보다 적극적으로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의 말미에 밥 아저씨가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 비유가 참 마음에 들었다. 죽음으로 이별에 이르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친할아버지와 외가댁 조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지만, 내게 죽음은 피부에 와닿을 만큼 아프거나 서운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죽음의 대상이 엄마나 아빠, 내 동생이라면 그건 좀 많이 괴로울 것만 같다.

주어진 시간을 다 마쳤다는 밥 아저씨는 인생을 어느 시인처럼 소풍 나와 하루종일 즐겁게 보냈던 날처럼 설명했다. 저녁이 되어 몸은 녹초가 되었는데, 침대에 눕기 전에 머릿속은 온통 그 날의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차 있는 그 때.

내 인생의 마지막 날, 나는 그런 기억으로 행복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온 밥 아저씨처럼 내 생의 마지막 날 행복한 기억을 하고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내일도 모레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Trackback 3 Comment 7
  1. Favicon of http://www.read-lead.com/blog BlogIcon Read & Lead 2007.06.11 23:51 address edit & del reply

    삶의 지혜가 물씬 느껴지는 좋은 글입니다. 지침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와닿는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평생 이 지침을 잊지 않고 잘 실천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6.12 18:06 address edit & del

      말씀 감사합니다. :) 평생 이 지침 잊지 않고 살수 있도록 종종 되새김질 해보려고 합니다.

  2. Favicon of http://jiself.com BlogIcon jiself 2007.06.12 08:40 address edit & del reply

    가족이란 이름의 무게감은 조금 어깨를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그 가족이 있기에 살아가는 목적을 만들어 낼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

    두번째 지침. 가족은 축복이다에 동감합니다.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였다는 포스팅을 올린 저에겐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 구절이네요.
    (단, 마눌쟁이님으로부터 감기를 전달받은 지금은... -_-)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6.12 18:08 address edit & del

      jiself님 제주도 여행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몇년 전에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 갔던 기억을 되살려가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가족은 분명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단어이지만, 그보다는 힘을 주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죠. 그래서 축복이라는 말에 온전히 동의가 되어지나봅니다.

  3. Favicon of https://www.designlog.org BlogIcon 김현욱(a.k.a. maru) 2007.06.19 11: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책을 선물 받으신것 같습니다.
    권장도서로 알고 있습니다. 삶의 진솔된 이야기면서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주는게 한번 쯤 곁에두고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녁에 틈나면 제니님이 요약하신 글을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6.19 12:23 신고 address edit & del

      읽으신 후에 마루님 적용도 들려주시면 저에게도 큰 기쁨일 것 같아요. (슬그머니 숙제를 드리는 센/스/)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obfans BlogIcon 강헌 2007.08.19 15:42 address edit & del reply

    밥아저씨 관련 트랙백 하나 남겨요 ^^ 구글에서 밥아저씨로 검색하니 JENNY님 포스팅이 맨앞에 있어서 들어왔네요. 포스팅도 잘 읽었습니다.

2007. 5. 27. 12:18

[Exhibition Review] Andy Warhol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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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 일부터 오는 6월 10일까지 삼성미술관 Leeum에서 전시하고 있는 <앤디 워홀 팩토리>전을 봤다.

절친한 친구, heejae와 다녀온 전시회는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전시물과 기대를 넘어선 앤디워홀의 예술적 깊이에 감흥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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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수프 통조림 화가'로 잘 알려진 앤디워홀. 사실 내게는 실크프린팅한 뒤 다양한 색감으로 펼쳐진 마를린 먼로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팝아트와 포스트 모더니즘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그의 작품은 어쩐지 가볍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작품을 돌아보면서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벼워 보이는 이면에는 그의 고민과 생각, 가치관, 세상을 향한 외침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자화상이 적지 않게 있었는데, 화가들에게 자화상은 자신을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자화상은 젊었을 때와 나이가 들어서가 조금 차이가 났다.

젊었을 때의 자화상에는 유명해지고 싶어하면서도 한편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고, 감추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다중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섞어둔다는지, 색깔을 정신없이 섞어 쓰거나 조명과 명암의 대비를 통해 명확하게 아웃라인을 확인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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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는 양극단의 성격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양극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보여지는 것은 그가 세상에 보여지고자 하는 모습이 강하게 보이는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마치 지렛대의 중심을 어디로 옮겨두느냐에 따라 기울어짐이 달라지듯이..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에 따라 자신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넌 참 친절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친절한 행동을 더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나이가 들었을 때의 자화상은 조금 달랐다. 개인적으로 1979년도의 폴라로이드로 찍은 자화상이 마음에 드는데. 이 작품은 정장 차림에 안경을 끼고 정면을 응시하고 선 앤디가 상반신컷으로 찍혀 있다. 그의 머리는 희어졌고, 시선은 따뜻하고 세상을 외면하지 않으며 이해한다는 눈빛이다. 어쩐지 이제는 두려워할 것도 감출 것도 없어진, 세상 앞에 당당한, 연륜의 힘이 느껴졌다. 나도 앤디처럼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자신있는 모습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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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되고 싶다(I want to be a machine)고 외쳤던 앤디. 그래서 그의 작업실은 공장(factory)라는 이름을 달고 대량복제와 생산을 일삼으며, 세상을 복제하고 재생산해냈다. 캠밸수프가 그랬고, 달러표시 작품이 그랬고, 모나리자, 알렉산더 대왕, 최후의 만찬 등의 명화의 복제와 재상산이 그랬다. 원작의 아우라(aura)는 빠져나갔고, 무의미한 표정과 재생산된 선과 색깔이 이 모든 것을 표현해냈다. 누구보다도 작품에 아우라를 담고 싶어했던 그는 명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냄으로써 명화를 즐긴다는 미명 아래 작품의 복제를 일삼는 우리에게 아우라 없는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던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죽음(shadow of death)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참치 통조림 참사, 전기의자, 5명의 참사, 해골, 총, 칼 등의 작품에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죽음과 사건/사고. 일회의 사건이 매스미디어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전달되었다.

이제 그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 캔버스만이 남아있지만, 그의 캔버스는 지금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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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ww.designlog.org BlogIcon 김현욱(a.k.a. maru) 2007.05.28 01: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전시회를 다녀오신것 같네요. 그런데, 희재라는 분이 혹시~~^^ 이휘재는 아니거라는 ㅋㅋ
    예술가들의 무한상상력을 보거나 듣게되면 참으로 놀라지 않을수 없더군요. 보통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것을 느끼고 관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앤디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네여. 인간이 가진 양극단의 면을 조명함으로써 좀 더 자신을 강하게 내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팩토리란 표현을 사용하는것도 앤디만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5.28 10:05 address edit & del

      네,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이휘재가 아닙니다. ㅎㅎ
      앤디는 강하지만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팩토리'라는 개념을 가수 이승환이 가져다썼었죠. 그의 회사이름을 드림팩토리라고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