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7. 23:03

[Book Review] 골든 티켓 (Golden 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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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프롤로그)

얼마 전에 커리어 블로그에서 골든티켓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댓글 달고 당첨이 되서는 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책을 받았습니다.

즐거운 마음에 점심시간을 틈타 커피 한잔과 함께 살짝 읽었는데, 스토리 전개가 흡입력있게 진행되서 오늘 오전까지해서 다 읽었습니다. 제가 좀 감정이 풍부해서 그런지 마지막에는 눈물이 왈칵 나오더군요. ^^;;

(북 리뷰)

에너지 버스, 청소부 밥과 같은 책이 많이 출간되면서 이제는 뭔가 좀 더 색다르고 더 깊이있는 내용이 아니면 어려운데..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골든 티켓? 또 그런 부류의 책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골든 티켓이라는 단어가 한 영화를 떠올리게 해주었는데, 어렸을 때 본 영화라 아쉽게도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티켓을 받아들고 입장하는데 황금색 티켓이 마법이라도 일으킬 듯 반짝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영화 안으로 빨려들어가 그 안에서 실제 모든 일을 겪게 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쉴드를 넣은 에꾸 악당과의 대결구도가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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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주인공은 늘 그렇듯, 아니 어쩌면 우리와 같이 일상에 찌들어 표류하는 한 가장이 나온다. 어느날 그는 아내인 메리와 다투고, 아내 메리는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다'면서 집을 나가버린다.

다음 씬에서는 메리가 40일동안 실종되었다가 병원에 입원해 그와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다짜고짜 남편에게 자신의 상의 윗주머니에 있는 봉투를 들고 폐장된 놀이공원에 가줄 것을 부탁한다. 주인공은 아픈 아내의 부탁을 받고 놀이공원에 가게 되면서 이 모든 모험이 시작된다.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은 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폐장한 놀이공원은 환상인지 현실인지 어느 순간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놀이공원으로 바뀌고, 초대권이 없이 온 주인공 커티스는 헨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입장료로 1) 이제까지의 경험한 것은 모두 잊고 가능성을 열어둘 것, 2) 그동안 피해온 진실을 직시할 것, 변화는 고통이라는 생각을 버릴 것, 3) 주최측에 반항하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항목에 동의(sign)하고 놀이공원에 입장하게 된다.

놀이공원은 자각/ 수용/ 책임/ 행동/이라는 네 가지 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주인공 커티스는 놀이기구를 타고, 놀이공원의 관리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인생의 문제, 진실, 목표, 변화, 상처를 대면하고 자각하며 변화를 희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 부정적인 기억/상처와 맞서며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생활화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당신은 진정으로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외면하는 삶은 비참하다. 표류하는 삶이 아닌 목표의식을 가진 항해자가 되야 한다. 그러려면 잘못 흘러가고 있는 일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의 배에 키를 잡고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어내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알고 변화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는 목표에 집중하고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다른 소음과 내면의 갈등은 무시한채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위기와 역경의 순간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 아니면 눈앞의 현실과 두려움에 당당히 맞설 것인가.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를 믿고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우리에게 커티스의 삶을 빌어 말하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주인공 커티스와 같을 때가 있다. 생각하고 꿈꾸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과 타협하며 그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실을 왜곡하거나 대면하기 무서워하고, 부정적인 말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한 모습...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몇 해전까지만 해도 내 모습이 주인공 커티스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얘기했던 표류하는 인생이었다. 목표가 있었다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의 부정적인 말과 평가에 내 목표는 쉽사리 수면 위에서 부유했고 목표를 잃고 표류했다. 부정적인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옥에 있다는 것은 표류하는 것이고, 천국에 있다는 것은 키를 잡고 조종하는 것이다"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다행히 브레이크 패달을 발견하고 이 모든 것을 지금과 같이 방향전환해 바꿀 수 있었지만, 나는 때때로 과거의 잔재가 나에게서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음 속 두 마리 개 중 승리하는 쪽은 내가 먹이를 주는 쪽인데, 어느 샌가 내가 부정적인 개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면 속의 나와 대면하게 되고, 변화의 열망이 싹트게 된다. 저자의 통찰과 지혜 가운데, 주인공 커티스와 함께 놀이공원의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함께 아프고 웃고 되돌아 보는 가운데 어느 덧 놀이공원을 떠날 때가 된다. 달라진 자신과 함께 말이다.

골든티켓은 다른 비슷한 류의 책들과 비교해 심리적인 부분을 이야기의 형식 속에 녹여 표면으로 끌어냄으로써 비슷한 패턴의 삶의 변화를 말하는 책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심리묘사가 잘 쓰여졌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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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의 음악 중에 '아침'이라는 곡이 있다. 언젠가 나는 이 곡을 들으면서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세련된 도시를 사뿐사뿐 걸으면서 아침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들고 베이글을 하나 사서 누런 종이봉투에 들고 고층건물의 내 방으로 총총히 걸어올라온다. 잔잔한 그 음악을 들으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재빠른 움직임을 바라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할 마음에 설레이며 오늘 진행할 업무를 쭈욱 머리 속에 생각해본다. 상상 속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와 비교해 보면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아마도 몇 년쯤 더 지나면 더 비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업무가 힘들어질 때면 다운쉬프트라는 단어에 꽂히곤 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새가 종알거리고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면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에서 깨끗한 물 한잔을 마시고 현관 앞에서 신문을 집어들고는 아침식사 준비하랴 가족들을 깨우랴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콧노래를 잊지 않는다. 모두 빠져나가고 나면 잠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숨을 고를 시간을 갖는다.

이 두 가지 그림은 내가 그린 그림이고 그려가고 있는 그림이다.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길 꿈꿔 본다.

Trackback 2 Comment 14
  1. Favicon of https://www.designlog.org BlogIcon 김현욱(a.k.a. maru) 2007.07.08 17: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랫만입니다. 저도 응모를 했었는데 당첨되지 못해서 골든티켓을 읽어 보지 못했는데, 제니님의 리뷰를 보면서 마치 책 속에 푹빠진 느낌입니다. 인생에 대해서 새로운 고찰의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주말 오후입니다. 기분 좋은 주말이 되도록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7.09 21:40 address edit & del

      마루님, 바쁘게 적었더니 책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책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스펙타클하고 동감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많아요. 시간이 되면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

  2. Favicon of http://www.read-lead.com/blog BlogIcon Read & Lead 2007.07.08 22:19 address edit & del reply

    김광민의 아침.. 15년도 더 된 음악이지요.. 거의 잊고 있었는데 제니님 포스팅 보고 문득 떠올라서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데 역시 좋네요..^^ 좋은 음악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7.09 21:41 address edit & del

      오래된 곡이죠? ^^;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라는 곡과 함께 좋아하고 즐겨들었던 곡이에요.

  3. i 나그네 i 2007.07.17 03:01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책을 읽고 있어서 혹시나하고 찾아봤는데 글이있네요..

    잘 보고가네요.. 감사합니다.

    내용은 달라도 에너지버스랑 거의 비슷한 느낌이드는 책이네요.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7.20 00:09 신고 address edit & del

      답변이 많이 늦었네요. ^^; 죄송합니다. 에너지버스랑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환상과 같은 놀이공원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면세계에 대한 고찰 과정이 잘 표현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저희 아하! 경험으로 인해 제가 더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

  4. Favicon of http://rushn.tistory.com BlogIcon 배고픈렉스 2007.07.20 13: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
    ^0^;
    글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아득+_+;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7.21 00:07 신고 address edit & del

      배고픈렉스님, 정성은 가득한데 오탈자가 자꾸 눈에 띕니다. ㅋㅋ 격려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s://goldenbug.tistory.com BlogIcon goldenbug 2007.08.02 07: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제 글 트랙백 엮습니다.
    저도 커리어블로그 행사로 책을 접했고, 다음블로거뉴스에 전송한 뒤 검색해서 님의 감상문을 접합니다.

    이렇게 좋은 감상문에 조회수 2(이것도 하나는 제가...)에 추천수 1(이것도 조금전 추천을.. -_-)이라니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제가 올린 책 감상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볼때는 다음 블로거뉴스 기자들이 책을 무지무지 싫어하나봅니다. ^^;;;

    즐거운 시간 되세요. ^^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8.02 09:01 address edit & del

      작은인장님, 반갑습니다. 커리어블로그 행사에서 함께 좋은 기회를 얻으셨군요.

      좋은 감상문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 조회도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저도 시간을 내어 작은인장님 감상문 읽어보겠습니다.

      다음 블로거뉴스 기자님들이 책보다는 반짝반짝 새로운 뉴스에 손과 눈이 더 많이 가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세요~!

  6. Favicon of http://ismvisualstudio.net/blog/freeism BlogIcon freeism 2007.08.02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트랙백+트래백타고 왔습니다.
    당첨자 이미지 위오른쪽오른쪽오른쪽에 제가 있습니다. - _-)ㅎㅎ

    운전도 너무 빠른 속도로 계속하다보면 목적지에는 빨리 갈지 몰라도 진이 다 빠지고는 하죠. 그리고 또 속도를 낸다고 빨리가는 것도 아니고요.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주변 풍경도 살펴보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도 듣고, 때론 사색도 하고(물론 시내운전에서는 큰일나요!! - ㅁ-)ㅎㅎ 그렇게 가야 결국엔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다운 쉬프트'라는 말에 문득 떠오른 거 적었습니다. ㅋ
    좋은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8.02 21:04 address edit & del

      freeism님, 반갑습니다. 트랙백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게 해주네요. :)

      맞아요.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주변도 살펴보면서.. 그래서 저는 내일 하루 쉽니다. 히힛

      freeism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foxlife.co.kr BlogIcon 폭스라이프 2007.08.16 18:27 address edit & del reply

    책 받은지 꽤 지났는데, 아직 못 읽어봤네요.
    至柔제니 리뷰본김에 제대로 함 읽어봐야겠는걸요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8.17 11:31 신고 address edit & del

      폭스라이프님, 오랜만이에요. 책 읽은 후에 리뷰 올려주세요. 전 벌써 오래전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

2007. 6. 25. 12:54

[Movie Review]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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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지는 좀 됐는데, 쉽사리 글로 정리하게 되지 않아서 시간이 흘러버렸다. 한편 영화의 내용이 종교적인 내용이라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의 문제에 조금은 염려가 되었다. 어찌되었건 블로그가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어 그런 염려를 살짝 접어두기로 했다.

내게 영화<밀양>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가 되었는데, 그것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용서, 구원, 신과의 대립, 인정의 욕구 등이다.  

기사에서는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두고 '용서
'라는 화두에 직면한 학원강사 신애(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의 이야기라는 소개가 나왔었는데,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벌레이야기>라는 글이었다고 한다. 그 글을 이창동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영화의 배경을 밀양으로 정했다고 들었다. 비밀 밀 자에 볕 양 자를 쓰는 밀양의 영문 풀이가 secret sunshine으로 나오기도 하거니와, 영화의 내용과 그 이름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비밀스러운 햇빛. 작가는 감독은 무슨 얘기를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는 걸까?

영화를 막 보고 났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용서'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용서하려고 교도소로 찾아간 신애의 앞에는 범죄자라고 하기에는 얼굴이 너무 편안해 보이는 유괴범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것을 억누르는 빛이 스친다. 그녀는 유괴범에게 당신을 용서했고, 내가 알고 있는 신(하나님)을 전하고자 왔노라 말한다. 용서와 함께 신앙을 전하는 그녀는 마치 인간의 한계를 넘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신애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유괴범이 교도소에서 이미 그 신(하나님)을 만나 신으로부터 죄에 대한 용서를 받았고 죄로부터 자유하게 되어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했노라고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어떻게 내가 용서하기도 전에 신이 먼저 용서했는지에 대해 분개한다. 그리고 그 분을 이기지 못해 교도소를 나와서 쓰러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반항은 시작된다.

여기서 나는 이 영화가 용서를 도구로 인간의 뿌리깊은 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모두가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교도소로 찾아갈 필요가 있었는가? 그녀는 어쩌면 용서보다는 인정의 욕구, 즉 내 신앙은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사랑으로 감쌀 만큼 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에 있지는 않았을까? 신과 인간의 용서에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가? 누가 누구의 스케줄에 맞춰 진행해야 하는가? 설령 신이 자신보다 더 먼저 용서했다고 해서 그토록 제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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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얼떨결에 살인을 한 강동원이 사형수로 교도소에 갇혀있을 때 죽은 사람의 어머니가 강동원을 용서해주겠다면서 교도소로 찾아온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음에도 그녀는 강동원에게로 달려가 그를 때리면서 목 놓아 울고 만다. 그러자 강동원은 울면서 잘못했다는 말을 계속 되뇌였었다. 잠시 뒤, 어머니는 강동원을 향해 용서를 한다고 와서는 이렇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용서가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의 하나라는 것을 나는 오랜 삶의 경험 끝에 깨달았다.

다시 내가 이해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녀의 남편은 불륜을 했고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녀는 어쩌면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자 지명처럼 그녀의 삶에 '비밀스러운 햇살'을 원했다. 그래서 남편의 고향에 내려와 정착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달랐다. 무리에 동화되고 싶은 그녀와 이방인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지역민들. 그녀는 사람들과 동화되기 위해 땅을 산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이 허세가 미끼가 되어 그의 아들이 유괴되고 결국 죽고 만다.

그 맘때쯤, 교회에 다니는 한 사람이 교회에 한번 와보라고 권유하게 된다. 보이는 세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소개 받는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극한의 고통 앞에 한없이 연약한 한 인간으로 선 그녀는 무기력하고 자신을 놓아버릴 듯 불안하다. 교회를 찾은 그녀는 신 앞에 고통을 내려놓고 싶어 갈구한다. 그리고 신앙을 매개로 지역 공동체에 합류하게 된다.

신앙에 있어 가장 낮은자/나중되었던 자가 신을 전하는 자가 되어 우쭐해지고 있었다. 겸손과 교만이라는 날선 검 위에 그녀는 곡예를 하듯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때 교도소에 찾아가 용서의 문제와 대면하고 패배하게 된다.

신과 대결하고 반항하는 무기력한 인간. 영화의 후반부로 달리면서 신에게 반항하며 부서져가는 자아를 표현하면서 영화는 결론을 맺지 않고 공허함을 남겨두고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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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중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적으로는이창동 감독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린 영화 속 예배들은 아우라가 빠져있었다. 껍데기/형식만이 남아있는 예배. 나는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면서도, 영화 속에서 전도연이 과연 신앙을 제대로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겉모양만이 남아있는 예배 가운데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들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내 생각 때문이다.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밀양'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거다. 하느님께 분노하는 것조차도 인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자기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이 정말 아름답고 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에 있기 때문에, 누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땅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야한다. 신에게 분노하는 것도 인간이니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자기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외도, 감당할 수 없는 아들의 죽음, 외지에 홀로 남겨진 그녀에게 스스로 답을 찾을 힘이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자살을 시도했던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러기에 신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앙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하고, 용납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 그로 인해 목적의식을 갖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소설가 이청준은 원작의 제목에 왜 <벌레 이야기>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은 나이가 들거나 신앙의 힘을 빌어도 여전히 정제되거나 성숙되지 못하고 뿌리 깊은 죄성을 가진 벌레보다 못한 인간을 빗대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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