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8. 15:26

뒤태가 아름다워야 미인

Edouard Boubat - Sophie, Collioure, 1954

뒤태 열풍이 불고 있다. 열풍의 진원지는 패션계. 뒤태가 살아야 패션이 산다면서 뒤태를 돋보이게 해줄 다양한 제품들의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몸짱 열풍과 노출의 계절 여름을 맞아 잘록한 허리의 S라인 뒤태를 만들기 위한 운동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뒤태는 말 그대로 뒤쪽에서 본 모양을 말하지만, 나는 광의의 개념에서 뒷모습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 누군가 있던 자리의 뒷모습 등 주변에는 수많은 다른 종류의 뒷모습이 존재한다.

 

최근에 나는 두 가지 뒷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하나는 같은 회사에 있다가 그만둔 사람의 뒷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람의 일하고 난 뒷자리에 대해서다.

 

언젠가 전 사장님이 입사할 때보다 퇴사할 때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입사할 때는 누구나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반면에 퇴사할 때는 새로운 곳으로 가기 위해 뒷모습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간 회사에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어떤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게 기억되는 반면, 어떤 이의 뒷모습은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질 만큼 추한 모습도 있었다.

 

이런 뒷모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으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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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인턴사원이었다. 부모님이 아프다면서 연락도 없이 회사를 나오지 않거나 조퇴를 하다가, 자신이 종일 간병을 해야 한다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대책이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아프다니까 후임자도 정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이별을 했다. 동료 대부분은 그의 퇴직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지막 날에서야 안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누군가를 보내고 나면 남겨진 사람의 마음은 어쩐지 조금 허전하다. 그런데 A를 강남 모처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는 사람들의 목격이 이어졌다. 어쩐지 씁쓸함이 남았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B는 파트타이머였다. 이미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라 인턴으로 들어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B는 실력보다는 열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주니어 시절에 실력은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 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쁜 출발선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본인이 맡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했다. 취직을 위해서라고 했다. 다행히도 바로 대체할 사람을 찾았기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 내보낼 수가 있었지만,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딴에는 배려한다고 졸업생이니 취업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미리 얘기하고 취업전선에 나서도 좋다고 얘기한 것을 곡해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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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뜻은 그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떤 의도에서였든 사실(fact)는 바뀌지 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B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B가 지원한 회사 관계자로부터 B가 어떤지 얘기해 달라는 청을 들었다. 세상은 참 좁다. 그 후, 후임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다가 업무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답답했지만, 하나씩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두 경우 모두 시스템을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회사가 후임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나오는 것이 깔끔한 마무리가 아닐런지.

회사에 퇴직의사를 밝힐 때에는 약 한 달 정도의 기한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회사가 후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서로가 다른 기대를 가지지 않고, 같은 페이지 위에 머무르며 서로의 뒷모습을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인수인계를 할 때에는 이 없으면 잇몸으로 어떻게 하겠지가 아니라 책임감 있게 자신이 맡았던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익숙한 일도 새롭게 담당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 뒷모습에 우리는 아련한 추억의 향기를 맡으며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뒤태가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사람(美人)이다.


 

P.S.) 뒷모습 하면 떠오르는 시, 낙화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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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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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Trackback 0 Comment 8
  1. Favicon of https://ddmode.tistory.com BlogIcon dreamermaria 2007.08.20 00: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뒷모습은 어디서나 중요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마지막이려니 생각하고 마무리할 때 언젠가는 자신을 도리어 괴롭게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의 뒷모습은 어땠을지 참으로 궁금하네요- 하지만 전 지금은 나중의 첫모습과 뒷모습 모두를 위해 더욱 열심히 집중하겠습니다! 홧팅! 늘 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고 갑니다 ^^ 감사!

    • Favicon of https://juejenny.tistory.com BlogIcon 至柔제니 2007.08.20 13:18 신고 address edit & del

      dreamermaria님의 뒷모습은 예쁘게 기억되어 있어요. 힘이 된다니 기뻐요. :) 그곳에서도 매순간 홧팅하길..

  2. 얼음공주 2007.08.21 14:41 address edit & del reply

    블로그 구경잘 하였습니다. 블로그에 필요한 동영상, boom4u.net 도 구경 오세요~~

  3. 이명진 2007.08.22 17:42 address edit & del reply

    뒷태가 아름다운 모습이라...더욱이 처음과 끝이 같은 아음다운 모습이라 당연한거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게 현실 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회사를 떠날일이 없었지만 이전에 여러일은 하면서 저 또한 뒷모습이 어땠는지 이글을 보니 궁금해지네여~~

    제니님 글들을 보고 있으면 여성특유의 감성이 느껴져서 글이 따듯한느낌이 듭니다. 이 글은 고개를 끄떡히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다른 포스팅글을 읽고 나면 입가에 미소를 지어 집니다.

    날씨가 많이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미소가 가득하시길 바라겟습니다.자주 놀러와서 글 남길꼐용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8.23 09:16 address edit & del

      명진님,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한번쯤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보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인데 미소를 지어주신다니 그보다 기쁜 일이 없네요. :) 체력이 나날이 저하되는 요즘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4. Favicon of https://www.designlog.org BlogIcon 김현욱(a.k.a. maru) 2007.08.23 05: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크하!여기도 어김없이 얼음공주님이.. 흔적을 남기시고 가셨군요.
    제니님 뒤태이야기 포스팅 이후... 잠수모드로..
    지난 TNM간담회 참석차 서울 같다가 쥬니캡님께 어떤 분이신지 물어보았답니다.. 칭찬이 대단하시던걸요.^^

    늘 이곳에 오면 느끼는것은 제니님의 글들이 참 표현이 매끄럽고 이해하기가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현의 묘를 찾아보기도 한답니다.^^ 그동안 자주 찾지를 못해서 미안합니다.

    • Favicon of http://juejenny.tistory.com/3 BlogIcon 至柔제니 2007.08.23 09:18 address edit & del

      그르게요. 제가 요즘 잠수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해서 나름으로는 근신 중입니다. ^^;

      쥬니캡님을 만나셨군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을 칭찬해주셨네요.

      표현의 묘. '묘'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제가 글을 써야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